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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悳후인 이야기

[O] 퇴근길 지하철에서.

by 도서출판 오후 2013. 8. 14.

 

 

어제 퇴근하는 길에 참으로 민망한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6시쯤 집에 들어갈 때.. 그러니까 출근 지옥철보다는 나은

퇴근 지하철에서 간신히 자리를 확보해서 앉았지요.

자리를 잡자마자 건너편에 앉아 계신 섹시한 여자분이 눈에 들어왔어요.

 

아앗. 그런데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한 아가씨가 골반에서 채 두 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스커트를 입고

다리에서 긴장감을 놓은 채 앉아 있더라고요.

 

술에 취하거나 몸이 힘든 상태는 아닌 걸로 보아 잠시 방심하신 듯.

다리를 허리와 같은 폭으로 벌린 채 스마트폰 화면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제 등에서 땀이 나고 괜히 민망함이 몰려왔습니다.

그래서 양옆을 둘러봤습니다.

 

으악.

제 좌우로 남자분들이 앉아 있지 뭐예요.;

덕분에 식은땀을 더 흘렸습니다. 어쩌지, 어쩌나 하면서.

개중에 정면을 보고 계신 남자분이 있어서 더 그랬답니다.

 

그래서 고민했습니다.

어렵게 자리를 확보한 이 안락함을 누릴 것인가,

이 편안함을 포기하고 저 여인의 프라이버시를 지켜 줄 것인가.

30초쯤 소심한 갈등을 했습니다.

 

그러고는 마침내.

일어나서 그 여자분 앞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매달린 손잡이를 잡고 서 있었어요.

그대로, 움직이지 않은 채. 기사처럼.ㅋ

....그냥 제 몸으로; 막기로 결정한 것이죠.

 

직접 말을 할까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상대도 민망할 것 같고 왠지 용기가 안 나더라고요.

그리고 다행히 내릴 즈음 그 여자분이 다리를 꼬아 주어 자연스럽게 차단(?)이 되었습니다.

하여 저는 알 수 없는 안도감을 느끼며 지하철에서 내릴 수 있었습니다.

 

더운 여름, 여성분들의 패션이 점점 과감해지는 계절이죠.

하지만 그 노출을 노리는 남정네들이 존재할지 모르니 조심하시는 게 상책일 듯합니다.

므흣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그들에게 뜻하지 않게 눈요기를 시켜줄 수도 있거든요.;;;

 

모두 즐거운 여름 보내세요.

이상, 편집자 O의 일상 캠페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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