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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悳후인 이야기

[O] 오후에 내리는 겨울비

by 도서출판 오후 2013. 11. 27.

 

 

편집자 O입니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겨울 날씨치곤 포근한 나날이 이어지더니,

이번 주에는 며칠 걸러 드문드문 겨울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뚝 떨어졌네요.

칼날 같은 바람까지 동반한 겨울비가 무척이나 야박하게 느껴집니다.

 

 

 

 

네, 이렇게 겨울이 오는 것이죠.

그리고 또 한 살을 먹습니다.

 

'아, 벌써 이 나이네. 이제 또 나이를 먹는구나.'

 

...라고 제가 중얼거리면 친구들은 그럽니다.

 

'짜증 나니까 나이 얘기 좀 하지 마.'

 

그러면 저는 반사적으로 입을 닫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덜 가기도 합니다.

'나이를 먹는 게 그렇게 창피한 일인가' 하고 말이죠. (제가 너무 철이 없나요.^^;;)

뭐 하나 해 놓은 일 없이 나이만 먹은 걸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있느냐 물어 온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뭔가 미묘하게 마음에 걸리는 건 사실입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물론 안타깝죠. 가끔 슬프기도 하고요.

게다가 엄청난 부와 성공을 이뤄 놓은 것도 아니고

얼굴 주름도 늘지, 노처녀 취급도 받지...  아름답지 못한 일도 많이 생기고요.

 

그러나 어쩝니까요. 시간이 흐르니 나이가 드는 것을.

가끔 시간이 흘러가 버리는 게 아쉬워지면,

'뭐, 내가 그 시간만큼 살아오긴 했구나' 하고 담담한 척 생각하기 연습을 합니다.

 

나이를 먹는 게 그렇게 슬프기만 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이만큼 살아왔으니, 그래도 나보다 덜 산 사람이 느끼지 못한 무언가를

조금이라도 더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소심한 자기 위안과 함께.

아, '남들이 나잇값 하는 만큼 중간은 가자' 이런 훌륭한 다짐도 하고요.

 

살면서 쌓인 연륜이란 건 숨기려 해도  어차피 하나 둘 드러나게 돼 있더라고요.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갖춰지면 갖춰진 대로,

그 사람을 겪어 보면 금방 알 수가 있습니다.

 

비가 내린 뒤 땅이 굳고, 겨울비가 끌어온 혹한 뒤에 봄이 오듯...

굴곡을 겪은 만큼 마음도 고요해지고 연륜도 늘어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세월의 넉넉함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는 어른들의 얼굴을 보면,

저도 모르는 새 가슴 한쪽이 뻐근해지면서 묘한 애잔함이 밀려오곤 합니다.

눈가, 입가, 손끝에 새겨진 주름만 봐도요.

(아마 부모님 생각이 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바로 어른의 상징이지요.

 

마흔부터는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링컨 대통령이 그랬다는데요.

저도 그렇게 얼굴에 책임을 지며 늙어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음.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ㅎ(대책없는 결론 '_')

 

 

아침부터 오랜만에 어머니와 통화를 해서인지

문득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점심 전에 싱숭생숭한 이야길 늘어놓게 됐네요.

 

혹시라도

'저거, 나보다 나이도 어린 게~'

'대낮부터 주절주절, 뭐라는 거야'

'이런 거 올릴 시간에 책이나 만들지'

...라는 생각을 하신 독자분들이 계시다면 소심하게 사과드립니다.

 

아울러 '다음부턴 조금 더 정리된 글을 가지고 와 보자' 하고 또 다짐하여 봅니다. 

 

그리고......

그리고 언제나 뜬금없지만 모두 좋은 하루 보내셔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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