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편집자 오오오오 O입니다.
일단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서론.
편집일기는 보통, 마감에 참여한 편집자들이 돌아가면서 편하게 씁니돠.
이번에는 특히나 '그 녀석'에 유난한 집착을 보이던 한 편집자가 유력한 후보로 물망에 올랐는데요.
결국엔 쓰지 못하고 제가 다시 얼굴을 디밀게 됐습니돠.(저란 사람을 지겨워하진 말아주세요오.)
이유인즉, 그분이 이른바 '준빠(최준혁 팬:그 녀석의 남자주인공)'이기 때문인데요.
바꿔 말씀드리면, '심각한 준혁 중독 증세로 극단적인 흥분 상태를 보일 수 있다' 가 그 이유입니다.
아. ㅋㅋㅋㅋ
이렇게 내부 직원의 상태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분께 양해를 구하고 편집일기를 쓰려 합니다.
자, 이제 본론으로.
'그 녀석'은요. 편안하고 정겹고 따뜻하고 밝은 글인데요.
'편안하고 정겹고 따뜻하고 밝은 글'이라고만 표현을 하면 그 녀석의 소감으로는 약 30% 정도 부족해집니다.
표현할 단어를 세트로 구성해줘야 그 진가가 드러나거든요.
편안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정겹지만 식상하지 않은,
따뜻하고 밝지만 가볍지 않은 글입니다.
아날로그적 감성이 살아 있던 90년대와, 누구나 겪었을 학창시절, 첫사랑, 대학시절을 향수하게 해주죠.
내용이 결코 늘어지거나 뻔하거나 올드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참 친밀하고 부담 없죠.
'그 녀석' 최대의 강점이자 특징이 아마 그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야말로 손 닿는 책꽂이에 두고 자주 꺼내 보게 될 만한 그런 글이라 할 수 있겠습니돠.
가끔 작품을 읽다 보면, 주인공들의 색깔이 한순간에 확 드러나기도 하고,
사건들이 급작스럽게 빵빵 터지기도 하는데요.
이 작품에서는 준혁과 은영, 이 두 사람의 정서가 책을 읽는 동안 달그락거리며 차곡차곡 쌓여 갑니다.
무엇보다 좋은 건, 다 읽고 나면 겹겹이 쌓인 두 사람의 추억에 자연스럽게 발을 들일 수 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편집일기 초반에 언급해 드렸듯,
직원들 중에 준빠(편집자가 쓸 단어는 아니지만 이보다 적절한 표현이 없기에;)가 많습니다.
그만큼 최준혁은 상당히 진국인 남정네인데요.
보통 과묵한 남자주인공이라 하면 강한 카리스마를 내세우기 마련인데 준혁이는 그렇지 않아요,
조용하고 말이 없고 특별히 살갑게 굴진 않는데, 이상하게 따뜻함이 느껴지는, 그런 남자입니다. (앍. 준혁이 좋으다 좋으다...)
정말 어딘가에 있을 법한 느낌이라서 더 와 닿더라고요. 그래서 직원들이 더 헤어나지 못하는 듯합니다.
(때문에 여기에서 다시 한 번, 마성의 남자 한 명 추가요. 예압.)
흐흐흠. 이쯤 되면 너무 남자주인공 이야기만 한다고 세모눈 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요.
그럼 이제... (두리번두리번)
아니, 그래도 제목이 '그 녀석'이니까 계속 그 녀석 얘기를...ㅋㅋㅋㅋㅋ
뭐, 어차피 은영이는 준혁이를 가졌으니까 칭찬을 덜 해줘도 행복할 겁니돠.ㅎㅎㅎ
하하, 농담이고요. 사실 은영이도 이야기하자면 말할 게 많죠.
은영이는 우선, 흔히 말하는 '개념 있는 녀성'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서가 잔뜩 묻어나는 캐릭터예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너 이러면 안 돼, 건강 상한다구우우' 하면서 등짝을 철퍽철퍽 치며
몸에 좋은 음식 싸다 날라주는, 소꿉친구 중 한 명 있을 법한 인물이거든요.
싹싹하고 야무진, 그리고 할 말은 하는. 그렇게 준혁이와 균형을 이루죠.
은영이의 매력은 속정 깊고 상식적인 데에 있답니다.(두 사람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한국인의 속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돠.ㅋ)
하지만 준혁이 녀석이 상대적으로 소리 없이 강했기 때문에
저희의 마음에 먼저 전세를 끊고 둥지를 틀어버린 것이죠.ㅋ(은영아,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
그리하여...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준혁이에게 마음의 계약서를 냅다 내준 한 중독자의 책상맡에는,
- 준혁아, 너는 LOVE.
이렇게 쓰인 종이가 붙어 있다는... 웃지 못할 얘기가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돠.
그리고 그걸 본 다른 편집자는 손발이 오그라들어 밥을 먹지 못했다는 후문이.
아무래도 준혁이가 그분의 스트라이크 존을 고대~로 저격한 듯합니다.
실제 있을 법하기에 더더요. 그리고 그분에게 애인이 없기에 더더더더. (눈물 콸콸.)
흠, 하지만............
이렇게 쓰면서도 사실 걱정입니다.
취향은 천차만별이라서요.(이건 뭐 편집일기가 아니라 팬질일기 같은 스멜이.)
이걸 먼저 보면서 기대를 잔뜩하신 분은 나중에 저희에게 항의 메일을 보내...시진 말아주세요.ㅋㅋ
저희의 감성이 미모사 같아서요오.ㅎ
아무튼, 부디 '그 녀석'과 은영이가 여러분의 스트라이크 존에도 코옥~ 박히길,
그리고 학창시절과 첫사랑, 누군가와 함께 보낸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지으실 수 있길 바라 봅니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문워크)
아, 왠지 기분이 좋네요.
독자님들도 좋은 아침 되세요.^-^
그리고 모두모두 사랑이 넘치는 봄날 되시길.
따사로움이 넘쳐나는 오후네 편집일기였습니다.
'오후네 편집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O] 보이지 않는 균열과 완전한 회복, '문이 열리는 순간' 편집일기 (12) | 2014.06.10 |
---|---|
[Y] 초라한 변두리에서 울려 퍼지는 우아한 선율, '변두리 소나타' 편집일기 (21) | 2014.04.10 |
[O] 치열하고 또 우아했던 '우아한 그들' 편집일기 (4) | 2014.01.29 |
[A] 두 가지 형태의 중독, '우리 집에는 쥐가 있다' 편집일기 (feat. O) (16) | 2013.12.30 |
[O] 의식에 말을 거는 독백의 향연, '뜨거운 안녕' 편집일기 (12) | 2013.10.15 |
댓글